사진 두 장
김정기
우리 응접실에
사진 두 장 액자에 갇혀 있다
시어머님, 남편, 조연현 선생님 곁에
분홍드레스 떨쳐 입고
육영수여사 모윤숙 선생님 앞에서 시 낭송하는
스물아홉 살 꽃다운 청춘이었던 내 모습
바람이 몇 차례 불어 닥쳐 여기까지 밀려와
애틋했던 것 삭고 삭아 먼지로 남아있어
둘러보니 세상에 나 혼자만 남아있구나.
더운 달을 베고 누워 시간을 갉아 먹히고
내 이마를 적시던 빗줄기와 햇살
어둡던 날 꿈꾸던 새벽은 어디가고
그는 모자도 없이 먼 길을 떠났다
그래도 버티고 있는 튼튼한 살과 뼈
사진마다 색칠해 살아나게 하고
그는 아직도 지붕을 뚫고 내려오는 빛살이다.
오늘하루 설레며 지금 환해서
어진 과거 끌고 갈 수레 하나 만든다.
© 김정기 2011.08.16
'김정기의 詩모음' 카테고리의 다른 글
15분 뱃길 / 김정기 (0) | 2023.01.04 |
---|---|
실 / 김정기 (0) | 2023.01.04 |
사람의 마을 / 김정기 (0) | 2023.01.03 |
화성의 물 / 김정기 (0) | 2023.01.02 |
연분홍 양산을 쓰고 / 김정기 (0) | 2023.01.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