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기의 詩모음

사진 두 장 / 김정기

서 량 2023. 1. 3. 19:13

 

 

 

사진 두 장

 

                               김정기 

 

 

우리 응접실에

사진 두 장 액자에 갇혀 있다

시어머님, 남편, 조연현 선생님 곁에

분홍드레스 떨쳐 입고

육영수여사 모윤숙 선생님 앞에서 시 낭송하는

스물아홉 살 꽃다운 청춘이었던 내 모습

바람이 몇 차례 불어 닥쳐 여기까지 밀려와

애틋했던 것 삭고 삭아 먼지로 남아있어

둘러보니 세상에 나 혼자만 남아있구나.

더운 달을 베고 누워 시간을 갉아 먹히고

내 이마를 적시던 빗줄기와 햇살

어둡던 날 꿈꾸던 새벽은 어디가고

그는 모자도 없이 먼 길을 떠났다

그래도 버티고 있는 튼튼한 살과 뼈

사진마다 색칠해 살아나게 하고

그는 아직도 지붕을 뚫고 내려오는 빛살이다.

 

오늘하루 설레며 지금 환해서

어진 과거 끌고 갈 수레 하나 만든다.

 

© 김정기 2011.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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