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기의 詩모음

실 / 김정기

서 량 2023. 1. 4. 19:02

 

                         김정기 

 

 

 

어머니는 실을 감으신다.

실타래에 두 손을  넣고

양팔을 벌리면

매듭 지은 것 훨훨 풀어가며

손을 돌려가며

 

완자 무늬 동백나무 실패엔

물레에서 뽀얗게 뽑아진 무명실이

소복소복 감긴다.

 

봉숭아 꽃물들인 손톱에

반달이 떠오를 때

평생을 다해 한길 걷던 어머니는

실 감기를 멈추시고 길 떠나셨는데

 

꿈속에선 아직도

대청마루 돗자리 위 모시치마 입으시고

내 손 실타래에서

조선의 곧은 실을 올올이 감아

반도강산 충청북도에서

태평양 물결 건너 뉴욕까지

유전자에서, 노래 가락으로 풀려 나오는

길기도 하여라. 어머니의 실꾸리.

 

© 김정기 2011.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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