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조용한 비명**

서 량 2011. 9. 7. 19:49

 

당신 머리칼 끝이 부처의 엄지, 검지 손가락 동그라미 모양으로 휘휘 말리고 있네. 해일이 발생하는 동안만큼 며칠이나 밀린 병상일지도 법원에 제출할 정신감정서의 결론도 멀찌감치 밀려난다. 시야가 뿌옇다네. 추억이라는 것도 산화작용을 거쳐야 한다는 걸 아시게. 누군가가 필연적으로 혁명에 휩쓸려 사랑의 갈림길에 폭삭 주저앉았다 하대요. 이건 바람이 별똥별처럼 추락하는 장면이야. 시인의 의식이 죽음 속에 깊이 처박혀서 죽었다 깨어나도 도망치지 못한다는 편견에 심한 불쾌감을 표합니다. 무슨 일이 있었어? 팀파니 소리가 당신 뺨을 강약, 중강약으로 쿵, 쿵 강타한다. 우리는 이내 사라질 것이라네. 달콤한 비명만을 남긴 채.

 

 

© 서 량 2011.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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