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기의 詩모음

연분홍 양산을 쓰고 / 김정기

서 량 2023. 1. 1. 21:28

 

연분홍 양산을 쓰고

 

                      김정기 

 

웨스트체스터  하늘을 통째로 가리고

자외선이 분결같은 얼굴에 닿을 세라

몸에 남은 물이 다 태워질 세라

통증가득 실은 비행기가 처 들어 올 세라

폐허에서도 달콤한 감각을 가져 다 주는

연분홍 양산을 쓰고

 

외출을 했다

맑은 칠월 땡볕을 가리려

진분홍 반짝이마저 달려있는

날아갈 듯 고운 양산을 쓰면

머나먼 것들이 보이고

연약한 부분에 힘줄이 생기고

가마꾼이 없어도 가파른 산엔들 못 오르리.

연분홍 양산을 쓰고.

 

아! 그림자도 반짝이는 양산을 쓰고.

 

© 김정기 2011.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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