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기의 글동네/시

해탈 / 송 진

서 량 2011. 8. 9. 00:42

 

해탈

 

                              송 진

 

 

고장난 심장을 수리하기 위하여

혈관 속에 와이어를 집어넣고자

간호사가 거시기 근처를 정성껏 벌초한다

성가신 물건이 되어 이리저리 밀쳐내지는

이제는 거시기도 아닌 거시기

그 참담한 꼴을 상상하기도 구차스러워

두 눈을 똑바로 뜨고 직선거리를 응시한다

명멸하는 빛 무덤

 

그 밤, 너무 낮게 다가온 별밭이 행여 무너져 내리면

어느 것부터 주워 담아 그녀에게 바칠까 분주하던 시선

이제는 조명이 꺼진 무대 뒤 소품들처럼

할 일 없이 떠도는데

아직 넣지도 않은 와이어는

어느새 조근조근 명치 끝을 후벼댄다

제대로 전투 한 번 치르지 못하고

마지노 선을 잃은 지휘관의 심사가 이랬을까

 

별밭 너머 어둠의 바다에

와이어가 타전해 올 메시지를 미리 읽는다

어둠 속의 어둠은 새로운 빛의 잉태라고

블랙 홀을 통과한 나비는

퍼덕이지 않고도 날을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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