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층의 반란
윤영지
어질어질 메슥메슥
팔월의 오후 2시 25분이 기울어진다
붙박이 고정관념에 익숙한 우리
반듯한 고집이 뒤틀려진 땅 속의 반란
의혹의 거부반응 속에 TV 채널들은
일제히 지진 속보로 떠들썩하다
1시 51분 버지니아에서 시작했다는 5.9 강도의 지진
자동차로 여섯 시간 거리의 진원지
삼십 여 분만에 뉴욕이 흔들거리고
보스턴까지도 파동쳤단다
10년 전 무너져내린 빌딩의 검은 연기
아직도 그을린 가슴들은 또 한 번 철렁했고
워싱턴에서도 맨해튼에서도
개미떼로 몰려나온 대피 행렬
흔들리는 지층과 거꾸로 일어서는 바다,
그리고 도돌이표로 물고 물리는 인간의 보복에
우리들은 한없이 작아만진다.
2011. 8.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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