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된 詩

|詩| 편안한 겨울

서 량 2024. 1. 30. 18:22

 

내가 당신과 함께
먼 곳을 다녀 오고자 함은
당신과 가까워 지고 싶은 욕심에서다

겨울 숲 나무들이
손가락을 오그리고 서 있는 강변을
태양이 데운다 이글거리는 열기로
눈 부셔라 눈을 제대로 뜰 수가 없네
너무나 기분이 좋지만 얼굴을 찌푸리네

당신과 나 둘이서 머리를 합쳐
상상에 상상을 거듭해도
전혀 감을 잡을 수 없는 그런
아득하게 먼 곳을 금방 다녀와서
쓸어질 듯 서로들 어깨를 비비는 나무들을 봐라
혼자서는 견디지 못하는 겨울 살결을 만져 봐라

맑은 새소리인 듯
나뭇가지 헛헛하게 흔들리는 모습인 듯
나는 당신의 말 뜻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겠다
재잘대는 당신 목소리는
내가 짐짓 좋아하는 겨울노래일 뿐

잘게 부수어진
태양 쪼가리 수 억만개가
널따란 강물 한군데에 몰려서 부글거린다
드디어 강물이 끓어 오른다 마침내
헝클어진 머리칼을 다듬을 겨를도 없이
편안하게 내 쪽으로 얼굴을 돌리는
당신 등 뒤 저만치에서

 

© 서 량 2004.12.29

 

시작 노트:

17년 전에 이런 시를 썼다. 이런 시가 신문에 실려졌다. 시의 길이를 반으로 줄이고 싶다. 띄어 쓰기를 한 군데 고치고 그 사이에 변한 맞춤법 기준에 따라 두 군데를 수정했다. 이제 '넓다란'은 틀리고 '널따란'이 맞는단다. 국립국어원은 '부비다'는 '가만이 있는 물체에 가져다 대고 살며시 문지르다'라 정의하고, '비비다'의 첫째 뜻을 '어떤 재료를 다른 재료에 넣어 한데 버무리다'라 풀이한다. 우리 말이 참 어렵다. 뺨을 부비다, 눈을 비비다, 등등. 나무들이 서로 어깨를 부벼? 비벼? - 2022.01.26

 

https://news.koreadaily.com/2004/12/29/life/artculture/329239.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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