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란의 詩모음

분청사기 / 김종란

서 량 2022. 12. 24. 18:59

 

 

분청사기

 

                     김종란 

 

깨뜨려져 흩어지는 소리

소리 소리는 떠나고

먼 옛날 꽃잎 지듯

 

깜깜하게 물레는 돌고

 

일필휘지의 손짓, 모란

연옥의 불꽃 머금어

아련히 희다

아니 불에 타 검다

 

새는 오롯이 오리무중을 걷지

 

담담하게

휘어짐을 새겨보는 덩굴

그리고

눈 크게 뜬 말 없는 물고기

 

안개가 머무는 하늘

눈 내리는 하늘은

몸으로 두르고

 

소리 없는 기척으로

마주 보지 않는 눈빛으로

다시 빚어지는 불의 추상, 미래 

 

© 김종란 2011.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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