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란의 詩모음

비수 2 / 김종란

서 량 2022. 12. 25. 19:54

 

비수 2

 

                                  김종란

 

 

몸을 청량한 하늘이 베어 버린다 무심코 손끝 베듯

아득하게 두 동강이 진다 구월의 바람 쏟아져 들어 온다

아이스크림 차 곁에 서서 기다리는 사람들 푸르게 심장을

베인다 그늘에 핀 흰 수국 바람에 서로 어긋나듯 기우뚱

9월의 바람이 불면 내가 아니어도 네가 아니어도 된다  단칼에

베어져 일년초 지듯

살결로 감싼 푸른 핏줄과 붉은 심장 무거운 내장을

오늘은 버려도 된다

하늘만 가득히 들어와라

푸르게 푸르게 섬광처럼 베어져서

멀어지자

바다에 떠있는 흰 유람선처럼 오늘은 있어라

 

© 김종란 2011.09.19

'김종란의 詩모음' 카테고리의 다른 글

떠나는 소리 / 김종란  (0) 2022.12.26
바다시계 / 김종란  (0) 2022.12.26
누덕누덕 기운 돌 / 김종란  (0) 2022.12.25
분청사기 / 김종란  (0) 2022.12.24
몸 / 김종란  (0) 2022.1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