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된 詩

|詩| 어쩔 줄 몰라서

서 량 2011. 8. 26. 11:28

 

태양이 지구를 좋아해서 아주 심하게 좋아해서

지구가 어쩔 줄을 몰라 하다 이런 이변이 일어났다는 데야

 

저도 마침 그런 생각을 하던 참이었어요 태양이 목이 말라 유럽의 습기를 두루두루 핥아먹는다는 발상이 신선한 시를 쓰는데 도움이 된다는 신문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어처구니 없는 방사능 덩어리 무지몽매한 불덩어리를 그런 식으로 함부로 의인화 해도 좋을지 그 여부를 특별위원회에 회부시킬 예정입니다 태양이나 사막이나 성능 좋은 현대자동차나 모조리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라고 밀어붙여도 괜찮아 자신의 발언에 자신이 없을 때는 어려운 불교용어를 들이대면 틀림이 없다 제가 괜히 그랬나 봐요 억울해 태양도 신()도 시큼한 시금치 나물도 바닷속 거북이도 죄다 사람이라니까 삼라만상 구석구석 눈에 뵈지 않는 사람들이 교묘하게 숨어있는 거 있지 뜻이야 통하건 말건 이상한 의견들을 표명하면서 말이지

 

은하계가 흐르면 흐를 수록 참을 수 없는 갈증에 시달리는

사람들끼리 서로 심하게 좋아하고 있다는 데야

 

 

© 서 량 2011.06.30

-- 월간시집 <우리詩> 2011년 8월호에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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