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된 詩

|詩| 춤추는 벽 -- 발라드풍의 랩

서 량 2011. 1. 6. 11:30

 

 

 

 풍 치치 쿵칫 떰. 풍 치치 쿵칫 떰. 벽이란 우리가 바라보는 벽이란 본래 비바람을 막아주는 게 주요 임무겠지만 벽의 현대적 존재이유는 특히 똘똘하고 날쌔고 정열적인 사람들을 위한 벽이라면 당신이 한번 쓰고 버린 일회용 언어의 얼룩진 과거 혹은 남들이 절대로 알아서는 안 되는 비즈니스 비밀 같은 것.

 풍 치치 쿵칫 떰. 풍 치치 쿵칫 떰. 어김 없이 다가오는 데드라인. 최근 광고에 나왔던 눈이 큰 여자 얼굴이나 그녀의 비틀거리는 몸짓. 버릴 수 없는 대인관계의 영수증이나 더러운 알몸사랑의 문제성. 매끈한 종아리. 너덜너덜 찢어진 잡지 표지.

 풍 치치 쿵칫 떰. 풍 치치 쿵칫 떰. 그것도 아니라면 사람의 감정을 왕창 건드리는 낙서에 더더욱 신경이 쏠리는 아무튼 벽이란 천재적이 아니라도 좋으니까 똘똘하고 날쌔고 정열적인 사람의 몸냄새나 통통한 빰의 탐스러움을 거듭거듭 보듬어 준다는 생각. 그렇지 않은 벽도 우리의 깡추위를 녹여주는 따스한 갑옷이라면 아주 좋아. 아주 좋아.

 풍 치치 쿵칫 떰. 풍 치치 쿵칫 떰. 우리도 함께 행복 할 수 있다면서 찬찬히 당신이 훑어보는 벽. 비록 짜릿한 감전이야 일어나지 않을망정 이 삭막한 우주의 살인적인 충격을 부드럽게 부드럽게 흡수 해주는 두툼한 벽. . . 그 묵묵한 태도 또는 의도 하나 만으로 우리는 얼른 엎드려 무릎 꿇고 감지덕지 해야 해. 해야 해. 해야 해.

 풍 치치 쿵칫 떰. 풍 치치 쿵칫 떰. 벽이란 우리가 바라보는 벽이란 허구한 날 언어의 절대성에 힘입어 당신이 누구를 죽자고 사랑하거나 동화 속 거북이로 엉금엉금 기거나 검푸른 강 둔덕을 뿌연 안개처럼 스쳐 가는 것. 거북이 등짝에 운명적으로 깊이 파인 해부학적 문양. 숨이 탁탁 막히는 언어의 상실감 때문에 숨길을 가다듬는 순간 덜컹덜컹 흔들리는 벽의 리듬을 힘껏 끌어안고 끌어안고 싶다는 느낌.

 

 

© 서 량 2007.11.09 -- 2010.12.02 수정

-- 월간시집「우리詩」2011년 1월 호에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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