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된 詩

|詩| 석양과 양파

서 량 2011. 4. 6. 11:06

 

 

 검붉은 석양(夕陽)에 아픈 양파 껍질처럼 밑으로 다른 겹이 있고 밑에 다른 바탕색이 있다. 석양의 배후를 함부로 쉽사리 파악하려 하지 마십시오. 당신은 끝내 눈물겨운 양파의 마지막 알갱이에 당도할 것이고 그러면 석양의 비밀이 어둠 허수아비로 둔갑 할까 겁이 난단 말이야. 프라이팬에 뜨겁게 달구어진 은행열매의 시큰둥한 맛도 우리 식단에 어떤 역할을 하기 마련입니다. 손아귀에 예쁜 구슬을 만지작거리듯 당신이 톡 쏘는 양파 맛을 입 안에 굴리고 있네. 사람들이 양파를 좋아하는 이유가 궁금해진다. 유전적으로 그리 태어났다는 생각이 맞기는 맞나요? 석양을 배경으로 한 채 도력(道力) 높은 중이 부처는 부처고, 양파는 양파다! 하고 일갈(一喝) 합니다. 경건한 호기심으로 석양과 양파의 정의를 권위 있게 내려보세요. 그리고 잠시  시커먼 암흑 속에서 누군가 귀에 익은 목소리로 그렇다! 하며 기탄 없이 동조할 때까지 참고 기다려 보시든지.

 

© 서 량 2011.02.10

-- 월간시집 <우리詩> 2011년 4월호에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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