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로수
최양숙
찬란한 햇살이 그리워
마음의 구름을 지우러 나가면
너는 온 몸을 활짝 열고
꽃가지로 엉킨 하늘을 쓸어 낸다
빗속에 줄선 너는
수많은 건반을 연주하는
피아니스트
빗방울 하나도 놓치지 않는 너
배반이 외로운 여행자를
위로하는 친구
바람 불어
홀로 서기 힘든 날
너는 바람을 불들고
나는 너를 붙잡는다
그믐의 밤에
무성한 잎이 어둠을 감싸면
무서움은 얼룩무늬로 사라지고
우리는 함께 새벽을 걷는다
순결한 이슬이
맨발을 어루만질 때
머리 위에 앉은 솜털같은 해
새 날의 기쁨을 나눈다.
'김정기의 글동네 >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를 노래하고 싶다 / 황재광 (0) | 2011.06.23 |
---|---|
유월의 시 / 임의숙 (0) | 2011.06.14 |
메테오라 / 송 진 (0) | 2011.05.19 |
새 신발에게 / 임의숙 (0) | 2011.05.19 |
노란 리본을 휘날리며 / 윤영지 (0) | 2011.05.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