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기의 글동네/시

6월의 가로수 / 최양숙

서 량 2011. 6. 3. 00:46

 

가로수

                  

                       최양숙

 

 

찬란한 햇살이 그리워

마음의 구름을 지우러 나가면

너는 몸을 활짝 열고

꽃가지로 엉킨 하늘을 쓸어 낸다

 

빗속에 줄선 너는

수많은 건반을 연주하는

피아니스트

빗방울 하나도 놓치지 않는

배반이 외로운 여행자를

위로하는 친구

 

바람 불어

홀로 서기 힘든

너는 바람을 불들고

나는 너를 붙잡는다

 

그믐의 밤에

무성한 잎이 어둠을 감싸면

무서움은 얼룩무늬로 사라지고

우리는 함께 새벽을 걷는다

순결한 이슬이

맨발을 어루만질

머리 위에 앉은 솜털같은

날의 기쁨을 나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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