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기의 글동네/시

메테오라 / 송 진

서 량 2011. 5. 19. 20:03

 

메테오라

 

                 

 

 

죽어서 절경이 된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잘못 찾아온 행성을 기어이 탈출하려는 듯

깎아지른 듯한 절벽에 둥지를 틀고

하늘까지 닿을 사다리를 만들다가

너무나 간절한 마음으로 만들기만 하다가

마침내 풍화돼버려 수도원 창고 선반 위에 갇힌

유골들과 마주쳤습니다

보물창고인양 돌아보는데 그중 하나가

저를 향하여 눈물을 흘리며 손사래 쳤습니다

지구의 마지막 손님인 너는 어여 떠나라고

후회는 죽은 자들이 하는 거라고

 

아직 한 사람이 돌아오지 않아

버스가 엔진을 켜 놓는 채 떠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리스 중부 테살리아 지역에 위치한 “공중에 떠있는 수도원”이란 뜻의 Meteora라고 불리는

 이곳은 기둥모양의 우뚝 솟은 거대한 암석으로 이루진 바위산 정상에 출입로도 없이 세워진

 그리스 정교회 수도원들과, 높은 암벽 틈에 남아 있는 수 없는 기도터들로 유명하다.

'김정기의 글동네 >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유월의 시 / 임의숙  (0) 2011.06.14
6월의 가로수 / 최양숙  (0) 2011.06.03
새 신발에게 / 임의숙  (0) 2011.05.19
노란 리본을 휘날리며 / 윤영지  (0) 2011.05.09
봄날 거리에 서서 / 최양숙  (0) 2011.05.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