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신발에게
임의숙
길은 신발의 거울이겠지요
어제 걷던 길을 오늘 또 들여다보는
그렇게 나이가 들겠지요
나란히 다정하다가도
말다툼한 부부처럼 등을 돌리기도 하고
남인양 모르는 척, 쓱 빗겨가는 얼굴들
누구라도 한 번쯤 허공에
대상 없는 발짓 해 봤을 것입니다
밑창에 달라 붙어 떨어지지 않으려는 껌의 안간힘처럼
7월의 폭염은 상갓집의 비애 같아
붉어진 흙에 제 집을 지으며 허물어 지고
슬픔은 안창에 꼭꼭 숨어 울기도 했겠습니다
혼자서는 갈 수가 없어
각도를 잃은 절름발이 잠시 쉬도록
한쪽 다리를 굳게 받쳐 주곤 했겠지요
굽이 달아 지도록 말이지요
의지한다는 것은 당신과 나
빈 겨울에 발자국을 찍으며
집으로 길을 내는 일이였겠지요
낡아 진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정이 들었습니다
새 신발의 낯가림이 사라질 즈음
235mm의 공간도 조금은 헐렁해지는
안식을 취하겠지요
자 이제 걸어 볼 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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