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기의 글동네/시

새 신발에게 / 임의숙

서 량 2011. 5. 19. 06:37

 

신발에게

                                                

                 임의숙

 

 

길은 신발의 거울이겠지요

어제 걷던 길을 오늘 들여다보는

그렇게 나이가 들겠지요

나란히 다정하다가도

말다툼한 부부처럼 등을 돌리기도 하고

남인양 모르는 , 빗겨가는 얼굴들

누구라도 번쯤 허공에

대상 없는 발짓 봤을 입니다

밑창에 달라 붙어 떨어지지 않으려는 껌의 안간힘처럼

7월의 폭염은 상갓집의 비애 같아

붉어진 흙에 집을 지으며 허물어 지고

슬픔은 안창에 꼭꼭 숨어 울기도 했겠습니다

혼자서는 수가 없어

각도를 잃은 절름발이 잠시 쉬도록

한쪽 다리를 굳게 받쳐 주곤 했겠지요

굽이 달아 지도록 말이지요

의지한다는 것은 당신과 나 

겨울에 발자국을 찍으며

집으로 길을 내는 이였겠지요

낡아 진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정이 들었습니다

신발의 가림이 사라질 즈음

235mm 공간도 조금은 헐렁해지는

안식을 취하겠지요

이제 걸어 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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