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기의 글동네/시

유월의 시 / 임의숙

서 량 2011. 6. 14. 07:52

 

유월의 시

 

                               임의숙

 

 

새는 집을 다 지었습니다

바람의 붓 끝 한 자락 움켜지고 텅 빈 가지마다

초록을 털었습니다

나는 라빈*입니다

햇살이 닿는 노란 겉 가지에 아이의 울음을 걸어 놓고

그 울음이 다 마르기를 기다립니다

구름 들지 못하게 파초 잎을 드리워

풍경을 옮겼습니다

나의 미안함은 나뭇잎 그늘 식탁에 놓았습니다

바삭 마른 아이의 눈빛이 언제 그랬냐는 듯

또박또박 밥을 먹습니다

초 저녁 하루의 지층에 음각을 세기는

아이는 반딧불 입니다

비포장 허공을 오르다 잠시 쉬는 자리

달빛이 문을 연 가지 사이로

지런지런 초록이 차 있습니다

날개의 꿈을 이루었다면 작은 미소로 웃고

접어야 했다면 작은 아쉬움일 뿐

유월은 초록의 회상입니다

새는 집을 다 지었고 그 집 아래

우편함만 세워두면 그만이겠습니다

누구든지 어제를 받아 볼 수 있겠습니다

오늘을 그리운 내일로 붙일 수 있겠습니다

해당화 우편함 활짝 피었습니다.

 

 

*robin: 앞 가슴이 황갈색이며 부리가 노란 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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