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기의 글동네/시

목련 / 임의숙

서 량 2011. 4. 26. 02:06

 

 

목련

 

                  임의숙

 

 

스텐레스의 장막을 세우듯이

은빛 허공에 구름의 리듬은 얼음 조각들로 떨어졌다

그가 여러 날 울고 간 자리, 흰 못이 박혔다

 

허공을 더듬어 굴곡을 조율하는 가지들

걸려드는 빛들의 화음은 한 그루 나무에

수십 개의 못으로 흐트러져 박힌다

어둠을 뚫고 새벽을 지나 햇살이 나오듯이

벽의 통로에서 못은 빛이다

 

처음 미완의 시간에 주워 든 못들은

단단하지도 크지도 않았다

힘겨운 망치였을까 땀에 배인 손잡이였을까

못은 휘어진 채 튕겨져 날아갔고

시간의 벽면에 메우지 못할 지문을 남겼다

 

외다리, 뾰족한 못의 끝

느낌표는 삼베 수의를 그 못에 걸었다

물음표는 이별과 만남을 자목련 한 못에 걸었다

오월은 예비 신부의 웨딩드레스에 초상화를 그렸다

그리고 바람의 작은 떨림

 

흰 못은 겹겹이 터져 바닥에 흩어진다

그의 첫 사랑 짧은 이야기처럼

흰 못 자국마다 초록 잎, 구멍이 돋아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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