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기의 글동네/시

캐멀은 상주이다 / 임의숙

서 량 2011. 2. 26. 10:37

 

캐멀은 상주이다

 

                             임의숙

 

길 위에 스컹크 한 마리 향을 피운다

주유소 앞, 담배광고판의 캐멀은

검은 예복을 갖추어 입은 상주였던 것

우리는 우리가 문상객인 줄도 모르고

허기진 자동차의 배가 둥글게 불러오는 동안

커피를 사고 담배를 사고 아이스크림을 산다

금빛 카드로 현금으로 부조를 했던 것이다

 

죽음도 흔해지면 저렇게 웃을 수 있는 것일까

흰 이 드러내 환하게 웃는 캐멀

오래 전 터키 혈통의 족속이였으나

몇 대를 지나오면서 혼혈이 되었다는 것을

그의 생김새나 옷차림에서 볼 수 있다

피라미드와 세 구루의 야자수나무 그리고 바람의 궁전 메히라트*

지상의 모든 번뇌를 사막의 한 색채로 표현해주던

그의 선조를 기억한다

 

문 없는 주유소의 문턱을 넘으려다 만난 고인

한 몸에서 갈라져 살아야 했던 두 개의

검은 고독감처럼 지독한 향을 피운다

시간의 한 조각으로 살다가 떠나는 길 위의 여정

그들의 발소리를 바람에서 듣는다

우리는 아무도 스컹크의 죽음에 대해 묻지 않는다

흰 넥타이 길게 매어 달고 사막의 붉은 그림자 깔고 누웠다

대대로 이들의 상주는 낙타이였으므로

캐멀은 담배연기로 또 한 번의 제를 올리나.

 

*메히라트: 여러 개의 둥근 지붕 모양으로 사막에 높게 세워진 건물, 사원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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