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의자
조성자
노년의 무릎 위에 소년이 앉아 파닥파닥 흔들리네
물살을 헤치듯 날렵하게 권태를 헤집고 나온 소년
한 겹 한 겹 저미며 제 생의 속살을 파고드네
돌아가는 길은 느리지만 생생하네
언젠가 본 듯한 풍경들
금방 알아보는 얼굴들
누군가 손을 흔들고 있네
노을 빛으로 치솟던 욕망의 찌르레기는
이제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네
노년의 무릎 위에 청년이 앉아 꾸벅꾸벅 흔들리네
하찮은 청춘도 한 번의 왕좌는 있었던 법
내란으로 들끓던 광장엔 적요뿐이지만
사금처럼 빛을 내던 괄호 한 묶음 있더군
샅바를 잡고 투혼하던 짬밥 신화도
결코 잊지 말자던 여인도
마른 꽃잎으로 풀풀 날리기만 하네
내일이라는 상표의 보드카에 취해 다다른 여기
여기는 어디일까
노년은
소년을 발라먹으며 살아가네
청년을 끌어 안고 잠을 자네
'김정기의 글동네 >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장미를 말리다 / 최양숙 (0) | 2011.02.21 |
---|---|
겨울 달 / 임의숙 (0) | 2011.02.18 |
피노키오 / 임의숙 (0) | 2011.02.05 |
불안이란 허깨비가 / 윤영지 (0) | 2011.02.05 |
초록을 담는다 / 임의숙 (0) | 2011.02.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