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를 말리다
최양숙
잎사귀를 떼어낸 장미는
매끈한 꽃대 위에 솟은 타오르는 횃불
거꾸로 매달면
뚝 떨어지는 검붉은 물방울
어머니라는 이름으로 불릴 때부터
떼어버렸던
찌를 줄 모르는 가시
백송이 장미를 거꾸로 매단다
풍성했던 당신을
그대로 갖고 싶어서
거꾸로 매단 장미는
더 이상 물을 길어올리지 않는다
끊임없이 솟아오르던
생명의 젖줄이었던 어머니
장미를 그대로 말린다
꽃잎의 보드라움을 말린다
아직도 타오르는 횃불
떨어지는 물방울의
붉은 색 윤기를 말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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