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기의 글동네/시

장미를 말리다 / 최양숙

서 량 2011. 2. 21. 07:17

 

장미를 말리다

 

                          최양숙

 

잎사귀를 떼어낸 장미는

매끈한 꽃대 위에 솟은 타오르는 횃불

거꾸로 매달면

떨어지는 검붉은 물방울

 

어머니라는 이름으로 불릴 때부터

떼어버렸던

찌를 모르는 가시

 

백송이 장미를 거꾸로 매단다

풍성했던 당신을

그대로 갖고 싶어서

 

거꾸로 매단 장미는

이상 물을 길어올리지 않는다

끊임없이 솟아오르던

생명의 젖줄이었던 어머니

 

장미를 그대로 말린다

꽃잎의 보드라움을 말린다 

아직도 타오르는 횃불

떨어지는 물방울의

붉은 윤기를 말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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