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기의 글동네/시

다시 눈 내리고 / 황재광

서 량 2011. 1. 28. 11:30

 

다시 눈 내리고

 

                     황재광

 

눈이 내린다

지난번 내렸던 눈 더러워져

다시 하얗게 눈이 쌓인다

 

“사랑한다 그립다”

멀리서 공부하는 딸아이에게

문자 메시지를 날렸다

늘 블랙으로 마시던 커피에

갑자기 하얀 설탕 한 덩어리 넣고 싶어졌다

물론 이유가 있었다

 

            이렇게 눈이 연거퍼 내리는 데도

무슨 이유가 있겠지

내리는 하얀 눈 꽃송이들을 바라보며

눈 내리는 이유를 생각한다

 

이유가 없다고 떠들어도 더이상 씁슬해 하거나

통곡하지 않을 21세기 겨울 아침

눈물 없이 공전하는 톱니바퀴들의 소음

윤활유 발라 가볍고 날렵한 혓바닥들

 

쌓인 눈 위로 또 눈이 내리는 데 굳이 무슨 의미가 있을 거라는

내 고집에도 물론 이유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