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기의 글동네/시

하얀 새벽을 맞이한 늙은 소나무 / 윤영지

서 량 2011. 1. 13. 03:55

 

하얀 새벽을 맞이한 늙은 소나무

 

                              윤영지

 

한밤 중 내내 덮인 순백의 노송

잠시 내민 아침 햇살에 눈보라가 휘감겨 내린다

하얀 치장에 가리워진 지난 세월의 상채기

수액 잃은 세포들이 바스라져 날리운다

지난 폭설에 떨구어진 팔 하나

폭풍우에 떨구어진 다른 팔 하나

뚝 뚝 잘라주어도

아픈 내색 속으로 삼켜내고

몸통 하나 지켜내며 그래도 남은 가슴 벌려

인자한 웃음 짓고 있는 버팀목,

바라만 보아도 가슴 아려지는 순백의 노송.

 

2011. 1.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