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여기 있어요!”
전 애 자
도둑눈이 와서 환한 아침에
카메라를 메고 거리로 나갔다.
몇날 며칠을 겨울신은
사람 사는 세상에
때론 함박눈으로
때론 싸라기눈으로
때론 진눈깨비로
온 눈 위에 덧칠을 했다.
겨울신의 작품 속에서
마술처럼 변하는 자기들의 모습에
자연물들은 버거워했으나
나는 겨울신의 그림 속으로
깊게 빨려들어가
설경들을 카메라에 주워 담았다.
“나, 여기 있어요!”
젖은 낙엽이 깊숙히 디딘
숫눈 속 발밑에서 된소리를 냈다.
낙엽의 울음소리는
귓전을 적시며 가슴에 파고 들어와
카메라 뚜껑을 닫고 돌아서는데
길눈을 치우는 차들 소리로
정적이 감돌던 그림들은
하나씩 , 둘씩… 부서지고 없어졌고
햇님이 기지개를 켜며 나타나자
마른 풀에서 놀던 꽃눈들도 떨어졌다.
돌아오는 길은
젖은 운동화에서 한기가 돌아
존재 가치를 알리는
낙엽의 울음 같은 소리가 절로 나왔다.
* 사진은 라더훠드 파크 에비뉴상에 있는 공원에서 찍은 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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