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기의 詩모음

꽃과 인터뷰 / 김정기

서 량 2022. 12. 26. 22:25

 

꽃과 인터뷰

 

            김정기

 

내 몸에 꽃이 피다니

묻고 싶은 것이 너무 많구나

시간에 앉은 흠집이 언제부터

싹터서 꽃이 되었고

소리칠 때마다 자라고 있었구나.

꽃잎, 한 겹씩 벗겨내서 말 걸어보자

이제 보니 너는 꽃이 아니었구나.

타관의 골목길을 돌고 돌아 나에게 안겨와

언제나 비로 다가와 눈물이 되었지

반짝이는 것들을 향해 들어설 때

새벽잠 깨어 뒤척일 때

찔러대던 가시가 꽃이 되다니

시만이 살길이라고 달려온 길 모퉁이에서

세상과 잡은 손을 놓고 말았지.

언제나 불씨를 갖은 꽃은

떠나가는 계절은 떠나 보내며

그래도 너는 모두 거두어들인 들판에

말없이 나에게 와서 어깨를 기대는구나.

꽃의 입김이 따스한 것도 이제 알겠구나. 

 

© 김정기 2010.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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