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기의 詩모음

바람모자 / 김정기

서 량 2022. 12. 26. 22:11

 

바람모자

 

                           김정기 

 

남빛 바람모자 쓰면 겨울하늘을 나를 수 있네

잔가지 쳐버린 우리 집 나무들 틈을 비집고 

탱탱하게 부은 구름 떼 속으로 솟아올라서

끝내 사라질 것들을 지긋이 내려다보며

바람의 손을 잡겠네

만질 수 없는 모자챙에 꽃을 달고

비도 눈보라도 뙤약볕도 막아버리고

세상에서 도달하지 못한 나라에서

곤히 잠이 들겠네

 

바람에 몸을 매달고 먼 곳으로

떠나서 그 빛나는 우주의 맨살을 만나

얽히고 설킨 이야기 풀겠네.

 

© 김정기 2010.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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