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포도
김정기
몸을 핥는 땅은 섬뜩한 칼날이다
맨살 위에 새겨진 황토 흙의 흠집이다
허물 벗는 세포들의 몸부림에
흰빛 하늘이 내려와 어깨를 덮는다
돌아서는 지구의 혓바늘에 소금을 뿌리며
굳은 것은 이렇듯 쓰라린 것이다
아리고 뜨거운 것이다
살갗으로 데운 시간이 질척인다
침묵이 가장 잘 알 수 있는 말이었다
떠나는 그대의 언 옷을 부여잡고
산 위에 떠 있는 노을을 적신다
낮아지고 낮아지는 겨울을 말린다
© 김정기 2010.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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