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모자
김정기
남빛 바람모자 쓰면 겨울하늘을 나를 수 있네
잔가지 쳐버린 우리 집 나무들 틈을 비집고
탱탱하게 부은 구름 떼 속으로 솟아올라서
끝내 사라질 것들을 지긋이 내려다보며
바람의 손을 잡겠네
만질 수 없는 모자챙에 꽃을 달고
비도 눈보라도 뙤약볕도 막아버리고
세상에서 도달하지 못한 나라에서
곤히 잠이 들겠네
바람에 몸을 매달고 먼 곳으로
떠나서 그 빛나는 우주의 맨살을 만나
얽히고 설킨 이야기 풀겠네.
© 김정기 2010.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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