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세요? 하고 女人은 문 쪽으로 소리쳤어
벽시계의 빨간 초침에서 정맥피가
女人을 향하여 똑똑 떨어지고 있었지
밖의 음산한 바람 결에
희미한 검은 그림자 하나가
소리 없이 광란하면 할수록
불길한 예감에 휩싸인 女人의 손길은
더욱 더 걷잡을 수 없이 타 올랐어
뜨거운 입맞춤으로 女人을 달래면서
사랑은 잠시만 머물었다 간거야
가냘픈 꽃병 같은 女人의 등허리가
최후의 열병을 앓고 있는 동안
행동은 오직 행동일 뿐이다! 하는
아주 굵은 목소리가 들려 왔지
누구세요? 하고 女人은 소스라치게 외쳤어
전신을 와들와들 떨며서 살며시 문을 연 순간
女人은 그 자리에 폭싹 쓰러진 거야
女人이 울며불며 몸부림치던 자리에
몇 방울의 정맥피가 떨어져 있었지
© 서 량 2000.10.21
-- 첫 번째 시집 <맨하탄 유랑극단>(문학사상사, 2001)에서
2010.8.1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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