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기의 글동네/시

소속감 / 윤영지

서 량 2010. 11. 18. 07:33

소속감

                      윤영지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삼십 여 년 전 마루 바닥 낡은 교실

첫 윤리 시간, 비스듬히 먼지 어린

햇살 사이로 얽은 칠판에 쓰여진 말씀

칼칼하고 나즈막한 목소리로

호모 사피엔스’*도 언급하셨었지

 

가끔 혼자이면 그럴 듯 하지만

늘상 혼자이면 버티기 힘든,

군중을 떠난 휴식을 갈구하다

막상 홀로만의 일상이 길어지면

붙잡고 있던 끈들을 툭 놓아버리고 마는

 

무리 안에서의 고독은

달콤하고 짜릿하나

떨구어져 나와버린 고독은

시간이 갈수록 씁쓸히 아려드는

 

그래서 다시 군중을 찾아

고개 숙이고 날개 접고

길 들인 온순한 양떼가 되어버리는

사회적 동물의 아이러니

웃어넘기기에는 버적버적 껄끄러운

호모 사피엔스의 비극, 엄연히

버티고 선 한 무리의 그림자들.

 

 

*현생인류를 포함하여 직립자세를 완성시킨 뇌용량이 큰 인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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