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속감
윤영지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삼십 여 년 전 마루 바닥 낡은 교실
첫 윤리 시간, 비스듬히 먼지 어린
햇살 사이로 얽은 칠판에 쓰여진 말씀
칼칼하고 나즈막한 목소리로
’호모 사피엔스’*도 언급하셨었지
가끔 혼자이면 그럴 듯 하지만
늘상 혼자이면 버티기 힘든,
군중을 떠난 휴식을 갈구하다
막상 홀로만의 일상이 길어지면
붙잡고 있던 끈들을 툭 놓아버리고 마는
무리 안에서의 고독은
달콤하고 짜릿하나
떨구어져 나와버린 고독은
시간이 갈수록 씁쓸히 아려드는
그래서 다시 군중을 찾아
고개 숙이고 날개 접고
길 들인 온순한 양떼가 되어버리는
‘사회적 동물’의 아이러니
웃어넘기기에는 버적버적 껄끄러운
호모 사피엔스의 비극, 엄연히
버티고 선 한 무리의 그림자들.
*현생인류를 포함하여 직립자세를 완성시킨 뇌용량이 큰 인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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