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운드 트립(Round Trip)
황재광
이른 아침
동그란 계란 후라이를 먹고
둥근 오렌지 먹고 동그란 베이글 먹고
둥글게 고인 커피 마시고 둥근 빵모자 쓰고
둥근 지구 위를 걸어간다
둥글게 구르는 자동차 바퀴들
사람들은 건너편 동그라미 너머로 사라져가고
끝없는 계절이 펼쳐놓은 길을 따라가면
세상 끝 가듯 마음 굴러 가다보면
광대처럼 빨개지는 둥근 코
지나가는 저 노인의 등
태양을 향해 당긴 해라크레스의 활처럼
반원으로 휘었다
그가 날린 화살촉 둥글게 구부러져서 되돌아 온 것일까
지팡이로 둥근 지구를 찍어댄다
다시
집으로 돌아 온다
더블린의 블룸처럼
율리시스처럼*
라운드 트립이다
시간은 여전히 벽시계 속에서
동그라미를 그리고
나는 담배 연기 동그라미 만들어
가을의 바깥으로 날려 보낸다
* 블룸: 제임스 조이스의 소설 율리시스의 주인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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