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기의 글동네/시

황제의 나라 / 최양숙

서 량 2010. 11. 16. 06:48

 

황제의 나라

 

                   최양숙

 

 

인간의 몸으로 없는 이들이 

영하의 세상에서 황제가 된다 

들어갈 때는 날아들어갔지만

그들의 나라에서

더 이상 날지 못하는 날개

 

남극에 내리는 눈은

포근함을 유리병에 가둔

길들여지지 않는 바람을 바르고

얼음을 켜켜로 쌓아

산도 들도 백색으로 빚고

바다 같은 얼음도

깊은 백색을 빚어낸다

 

뒤덮인 속에 벌린 얼음의 골짜기

밑에서 노리는 바다표범을 피해서

수백 수천의 펭귄이 줄지어 행진한 곳은

남극의 가장 추운 내륙 오모크*

태양은 냉동실 전구같은 창백한 빛으로

영하 60도의 바람을 짓이긴다  

 

검고 매끈한 등에

황제의 연미복이 빛날

그들의 사랑은 유일한 유채색이다

가슴 부위 연노랑으로 짝을 부르며

부위 밝은 노랑은 짝의 노래를 구별한다

황제의 발등에 감춘 하나의 펭귄알을

깨트리지 않기위해 목숨을

누구도 방해하지 못하는

극지의 가장 따듯한 품에서

황제가 태어난다.

 

 *남극에 군집하여 사는 황제펭귄이 짝짓기하고 알을 부화하기 위하여 

  모이는 남극의 내륙지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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