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자기
조성자
적막을 탁탁 털어내다
중얼거림으로 꽉 차있는 빈 방
반닫이 위 불뚝한 배를 내밀고 있는 너와 마주친다
명장은 아니지만 흙을 다룰 줄 아는 이의 낙관을 받고 태어나
내 살림의 계보를 지켜가는 너에게 말을 건다
나는 흙으로 빚어진 질그릇*이므로
너와 나는 동족
우리는 언젠가 한마당에서 놀던 피붙이였단 말이지
죽음을 치대어 만들어졌다는 말이지
불가마 속에서 시간의 좌판을 벌리고 있단 말이지
견디는 일의 족함을 입증하고 있단 말이지
나의 적막 안에 너의 공허 안에
우리가 있었다 그러니 우리,
비록 옹색한 살림의 구색일지라도
흙의 따스함으로
흙의 그윽함으로
오래도록 지존至尊이 되어보자
*성경에서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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