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여기다!**

서 량 2010. 11. 6. 20:59

 

가로등도 없는 가령

어느 몽롱한 환상 속 외곽도로를 운전할 때

당신의 동공은 동물적으로 확대된다

그렇습니다 사람은 대략 길 잃은 천사입니다

혹은 악마일 수도 있지

누가 40대를 불혹의 나이라 했던가

우리는 동시성으로 흔들린다

눈을 들어 하늘을 우러러 보는 습관을 끊은지

꽤 오래 됐어요 별들이 이미 하늘에서 내려와

내 머리 속에 떼거지로 들어와 버티고 있거든요

별들이 화려한 포물선을 그리네요 아주 조용해요

북두칠성 같은 커다란 이정표라도 하나 있었으면

무의미하기 짝이 없는 길 이름이라도 알려다오 가령

어느 몽롱한 환상 속 외곽도로 모퉁이를 무심코 도는 순간

당신은 세차게 소리친다

여기다!

나는 아이구 깜짝이야! 하며

브레이크를 덜컹 밟는다

 


© 서 량 2010.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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