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길래 내가 뭐랬어
곰팡이 냄새 물씬한 비가
누추한 강변을 적시는
그런 구질구질한 비가 내릴 때 같은 때
당신이 음침한 흑백사진을 찍는다거나
잃어버린 사랑의 흔적을 찾아 헤매는 게
무모하기 짝이 없는 짓이라고 내가 몇 번을 당부했어 안 했어
화사한 햇살이 멀미처럼 출렁이던 늦가을 오후는 가고 없고
지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하면서
지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하면서
비가 나 몰라라 하며 내린다
지하실에도 다락방에도 컴퓨터 모니터에도
날 보고 어쩌란 말이야 하며 큰 소리도 치지 않고 내린다
내일 죽어도 별로 할 말이 없다는 듯
거침 없이 죽죽 잘만 내린다
© 서 량 2010.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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