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늦가을 비

서 량 2010. 11. 23. 21:04

 

  

 

그러길래 내가 뭐랬어

곰팡이 냄새 물씬한 비가

누추한 강변을 적시는

그런 구질구질한 비가 내릴 때 같은 때

당신이 음침한 흑백사진을 찍는다거나

잃어버린 사랑의 흔적을 찾아 헤매는 게

무모하기 짝이 없는 짓이라고 내가 몇 번을 당부했어 안 했어

 

화사한 햇살이 멀미처럼 출렁이던 늦가을 오후는 가고 없고 

지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하면서

지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하면서

 

비가 나 몰라라 하며 내린다

지하실에도 다락방에도 컴퓨터 모니터에도

날 보고 어쩌란 말이야 하며 큰 소리도 치지 않고 내린다

내일 죽어도 별로 할 말이 없다는 듯

거침 없이 죽죽 잘만 내린다

 

© 서 량 2010.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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