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 장미
김정기
골수에 단맛 다 빨리고
가슴에 꽂은 장미
사람들은 절하고
울음 울고 떠나지만
시선이 꽂히면 와르르 무너지는 꽃.
비단 자켓에 달았던 코사지
향기마저 갖추었네.
바위 결에 돋아난 그림 한 장
어두움은 언제나 당신 안에 스며들어
분명히 꽃이었던 자리에 피어나는 허공
물결을 잡으러 떠내려 왔던 개울가 자갈에서
꽃이 보이는 날
모래 장미를 달고 외출하면서
조금씩 더 수줍어하리
수집음이 슬픔이라 한들
당신이 나를 용서 할 수 있겠나
어머니 적삼에 달았던 꽃도
이제 보니 한 웅큼의 흰 모래였네
매운 무를 씹어 삼킬 때마다
꽃을 달아 주시던 모래 손.
© 김정기 2010.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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