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기의 詩모음

모래장미 / 김정기

서 량 2022. 12. 24. 21:30

 

모래 장미

 

               김정기 

 

골수에 단맛 다 빨리고

가슴에 꽂은 장미

사람들은 절하고

울음 울고 떠나지만

시선이 꽂히면 와르르 무너지는 꽃.

비단 자켓에 달았던 코사지

향기마저 갖추었네.

바위 결에 돋아난 그림 한 장

어두움은 언제나 당신 안에 스며들어

분명히 꽃이었던 자리에 피어나는 허공

물결을 잡으러 떠내려 왔던 개울가 자갈에서

 

꽃이 보이는 날

모래 장미를 달고 외출하면서

조금씩 더 수줍어하리

수집음이 슬픔이라 한들

당신이 나를 용서 할 수 있겠나

어머니 적삼에 달았던 꽃도

이제 보니 한 웅큼의 흰 모래였네

매운 무를 씹어 삼킬 때마다

꽃을 달아 주시던 모래 손.

 

© 김정기 2010.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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