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도시
김정기
새는 몸을 허물어 도시를 덮었다.
열린 창문마다 햇살을 불러들이고
물기 가시는 가로수엔 준비된 적요가 홀가분하다
그의 벤치에는 새들 앉았다가
날아간다.
유엔 빌딩 옆
이끼 낀 돌담에 담쟁이 넝쿨
까칠해진 살결에 박혀
조그맣게 흔들리는 손가락들.
음악을 하려다 시를 쓴 사람의 집
전화통속에
들리는 불자동차 소리
5th 애비뉴 성당에 파이프 올간과
자지러지는 풍금소리에
뮤지엄마다 반 고흐와 샤갈의
노랑과 남빛의 휘장을 조용조용히 열고
몰래 치룬 장례에 숨어서 우는 달빛
하나의 외로움으로 떠나고 있다.
© 김정기 2010.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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