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기의 詩모음

조국 / 김정기

서 량 2022. 12. 23. 19:23

 

조국

 

                    김정기 

 

한글로 조국이라고 쓰면

잉크자국이 종이위에 번져 나간다.

입속으로 조국을 발음하면

목구멍으로부터 뜨거운 것이

치밀어 오른다.

 

3사단 연병장에 날리던 태극기

파크 애비뉴 56가에서 만날 때 마다

가슴이 뛴다.

 

논두렁에 풋콩이 여물고

달뜨는 저녁이면

냇가에서 버들피리 소리

조국의 숨소리로 들린다.

 

핏줄은 속일 수 없다고

거리에서 만나는 동포들

걸음걸이만 보아도 낯 익어

눈이 부시다.

 

강원도 한탄강 강물에 비추인 조국이여

그 맑음이여

영원한 그리움이여.

 

당신이 나를 버려도

나는 祖國을 버리지 못한다.

 

© 김정기 2010.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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