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기의 詩모음

가을도시 / 김정기

서 량 2022. 12. 23. 20:04

 

가을도시

 

                    김정기

 

새는 몸을 허물어 도시를 덮었다.

열린 창문마다 햇살을 불러들이고

물기 가시는 가로수엔 준비된 적요가 홀가분하다

 

그의 벤치에는 새들 앉았다가

날아간다.

유엔 빌딩 옆

이끼 낀 돌담에 담쟁이 넝쿨

까칠해진 살결에 박혀

조그맣게 흔들리는 손가락들.

 

음악을 하려다 시를 쓴 사람의 집

전화통속에 

들리는 불자동차 소리

 

5th 애비뉴 성당에 파이프 올간과

자지러지는 풍금소리에

뮤지엄마다 반 고흐와 샤갈의

노랑과 남빛의 휘장을 조용조용히 열고

 

몰래 치룬 장례에 숨어서 우는 달빛

하나의 외로움으로 떠나고 있다.

 

© 김정기 2010.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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