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끼 낀 돌
김정기
속 깊이 자라고 있는 멍 자국을 만져가며
푸른 것은 푸른 것끼리 덧나서
이끼 입고 있는 돌은 외로움을 만들어
피라미들이 떼 지어 와도 요동치 않는
어금니 앙다물고 두 주먹 움켜쥐었구나.
구르는 돌은 이끼가 끼지 않는다고
굴러야 빛난다고.
여름 저녁 빛이 창으로 쳐들어올 때
아직도 홍조 띄우며 황홀해 하고
평생 한 가지만 붙잡고 웅크리고 앉아
반짝이지 못 하였다네.
온몸에 푸른 멍들고도 울지 못 하였다네.
© 김정기 2010.09.06
'김정기의 詩모음'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가을도시 / 김정기 (0) | 2022.12.23 |
---|---|
조국 / 김정기 (0) | 2022.12.23 |
서해 바다소금 / 김정기 (0) | 2022.12.22 |
물의 고요 / 김정기 (0) | 2022.12.22 |
남은 여름 / 김정기 (0) | 2022.12.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