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친구
전애자
올해도 가을이 찾아와 / 잘 있었냐고 묻는다./
나는 고개를 끄떡인다. / 가을은 빙그레 웃는다.
그녀는 미국에서 알게된 유일한 오랜 친구다.
그녀를 처음 만났을 때는 말 수도 많지 않고 귀품이 흘렀었다.
그런데 20년이란 세월이 그녀는 말이 많은 전형적인 아줌마로 변화시켰다.
나도 그녀의 눈으로 보면 변해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말 수를 줄일 때가 있다. 그러나 그녀는 문학을 얘기할 때는 전혀 다른 모습을 갖고 있었다. 글이 좋고 나쁨을 떠나서 관심과 열정을 따라 잡을 수 없다는 생각을 한다.
가을이 살짝 온 공원 벤치에 나란히 앉아 문학과 문우들을 이야기하는 그녀의 말은 들리지않고 움직이는 입술과 가지런한 이만 보인다.
세상의 모든 풍경들이 낯설어 보이면서 그녀의 말소리는 곁에 부는 가을바람과 같이 묻어 떠난다. 폭풍으로 뽑힌 큰 나무가 밑을 보인채 겸연쩍게 웃으니
가을은 나무의 사타구니로 빨갛게 물든 잎을 마구 뿌린다.
그녀와 나는 심드렁하게 쳐다보다가 *매조키스틱한 줄 알면서 가을의 불씨를 가슴에 넣는다.
*매조키스틱: 자신에게고통을가하고, 자기자신을고문함으로서 일종의쾌감을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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