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기의 글동네/시

오랜 친구 / 전애자

서 량 2010. 10. 4. 23:49

 

오랜 친구

 

                            전애자

 

올해도 가을이 찾아와 / 있었냐고 묻는다./

나는 고개를  끄떡인다. / 가을은 빙그레 웃는다.

 

그녀는 미국에서 알게된 유일한 오랜 친구다.

그녀를 처음 만났을 때는 수도 많지 않고 귀품이 흘렀었다.

그런데 20년이란 세월이 그녀는 말이 많은 전형적인 아줌마로 변화시켰다.

나도 그녀의 눈으로 보면 변해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수를 줄일 때가 있다. 그러나 그녀는  문학을 얘기할 때는 전혀 다른 모습을 갖고 있었다. 글이 좋고 나쁨을 떠나서 관심과 열정을  따라 잡을 없다는 생각을 한다.

가을이 살짝  공원 벤치에 나란히 앉아  문학과 문우들을 이야기하는 그녀의 말은 들리지않고 움직이는 입술과 가지런한 이만 보인다.

세상의 모든 풍경들이 낯설어 보이면서 그녀의  말소리는 곁에 부는 가을바람과 같이 묻어 떠난다.  폭풍으로 뽑힌 나무가  밑을 보인채  겸연쩍게 웃으니

가을은 나무의 사타구니로  빨갛게 물든 잎을 마구 뿌린다.

그녀와 나는 심드렁하게 쳐다보다가  *매조키스틱한 알면서 가을의 불씨를 가슴에 넣는다.

 

*매조키스틱: 자신에게고통을가하고, 자기자신을고문함으로서 일종의쾌감을얻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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