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기의 글동네/시

기묘한 구름 / 송 진

서 량 2010. 10. 3. 23:38

 

기묘한 구름

 

                                        송 진

 

첼시 클린턴의 결혼식에 관한 입방아가 요란합니다.
오프라 윈프리를 위시한 하객명단에 초미의 관심이 쏠리고 
그들이 거할 성채에 뭇 시선들이 매달려 안달들입니다
 
한 시인의 어깨가 해파리처럼 늘어져 있습니다 
불경기의 한 속죄양이 되어 주거지마저 박탈당하고
이름 모를 어느 뒷골목 모텔에서 아이들과 함께 기숙하고 있답니다  
 

여섯 날 동안 천지와 만물을 다 이루시고 보시기에 좋으셨으면 그대로 길이길이 보전하시지 어찌 아담의 갈빗대 하나를 취하여 짝재기 고무신을 지으심으로써 인간에게 영원히 시련이라는 코뚜레를 꿰셨습니까 이제는 가시 면류관에 찢기는 고통보다 더 지속적이고 더 모멸적이고 더 파괴적인 비대칭의 틀에 갇힌 신음 소리들이 마침표를 찾아 유랑하고 있습니다
 
아직도 사람들은 변변한 자구책 하나 마련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만유인력의 법칙이란 것도 물체의 질량과 물체간의 각도가 시시각각으로 가변적인 작금의 세상에선 나무를 떠난 사과가 반드시 땅으로 떨어진다고 아무도 장담할 수 없게 되었으며 이제는 상황이 급변하더라도 관성의 법칙에 의하여 모두가 한쪽으로만 무너지지도 않습니다 오히려 버티고 선 바탕만 다져질 뿐


당신의 왕국이 도래하기도 전에 아무래도 어느 한 축이 폭발하여 침몰할지도 모를 일입니다

그때야말로 저들, 빗살 무늬의 허상들에게 무한한 궁휼을 베푸시옵서소
 
황망히 쫓기는 초침이 살갗을 파고 듭니다

부디 우리를 더 큰 시험에 들게 하지 마옵시고 하루 빨리 나라이 임하옵서소  
 

'김정기의 글동네 > '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도자기 / 조성자  (0) 2010.10.06
오랜 친구 / 전애자  (0) 2010.10.04
아침에 뜬 달 / 윤영지  (0) 2010.09.26
다시 이사콰천에서 / 송 진  (0) 2010.09.19
검색 / 최양숙  (0) 2010.09.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