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기의 글동네/시

아침에 뜬 달 / 윤영지

서 량 2010. 9. 26. 01:35

           

            아침에 뜬 달

                       윤영지

 

이른 아침 출근 길

갓 잠 깬 나무들 위, 연회청빛 하늘에

선명히 자리잡은 마알간 동그라미

, 보름이 엊그제였지. 그래도

아침에 뜬 달치고는 너무 확실히 동그랗잖아

지난 숱한 날들도 구름 뒤에, 어둠 속에,

그리고 저 앞에 항상 있어왔건만

일 분 일 초에 쫓기는 닫힌 마음은

따스히 내려다보고 있는 시선을 지나쳤겠지

북서쪽으로 올라가는 출근 길

앞에는 새벽달이, 뒤에는 아침해가

말없이 바라보며 지켜주고 있었던 거야

제대로 챙겨드리지도 못하는데

늘상 자애로운 눈빛으로 감싸주는

늙은 아비, 어미의 마음으로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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