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기의 글동네/시

다시 이사콰천에서 / 송 진

서 량 2010. 9. 19. 07:25

 

 다시 이사콰천()*에서

                             송 진

 

9월이 다 가기 전, 내려쳐질 망나니의 칼을 받는 자세로

이사콰천 다리 난간에 목을 느리고

아래에 흐르는 물 속을 헤집고 보면

흐르는 물살을 거스르며 여러 종대로 정렬된 검은 무덤들

 

나는 전생에 연어였을까?

어느새 슬그머니 그 사이에 파고들어 주위를 살핀다

이곳까지 되돌아오는 험한 길에서

찢기어 너덜대는 아가미, 속 뼈까지 들여다보이는 만신창이로

산란의 제의祭儀 봉헌하는 소멸의 시간은

세상의 길을 흔든다

 

너희들이 푸른 힘줄로 심해의 어둠을 헤치고 당당히 행진하는 동안

어쩌다 바위 틈새에 뿌리를 내리려 안간힘 쓰며

그림자 하나 드리우지 못한 민둥한 내 모습은

하늘에 대한 종주먹으로 치부되는 곤욕도 치루었지만

 

이제 너희들은 금붕어 풀 사이에 알을 슬어

바다에서 퍼온 향기와 인고의 축복으로 부화시킨 후

침묵의 전설 속으로 회귀하겠지

 

그러나 오늘도 곱게 피 멍든 너의 속살을 마주하고

저울질하는 나는,

인간이기를 꿈꾸는 한 마리 구미호인가?

 

 Issaquah Creek: 시애틀 동쪽 15마일 지점에 있는 Issaquah지역에 흐르는 물줄기로 9월부터 연어가 돌아오기 시작하는 많은 곳 중의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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