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기의 글동네/시

검색 / 최양숙

서 량 2010. 9. 19. 04:41

 

검색

 

                       최양숙         

 

 

엔진을 달고 불어오는 바람이

회오리치는 문자의 파도를 실어온다

흑백의 해일은 방파제를 넘어오는데

이제 앞에 나선 자는 

포말을 뿌리며 의기양양하다

뒤를 따르는 무리들도 끝없이

어깨를 들이미는데

몸으로 읽어내도 역부족이다

 

줄지은 목록이 숨가뻐서 

시간의 수렁은 깊어만 가는데

파도 속을 헤쳐 다니다가

그물에 잡힌 것은 붉어진

굳어진 어깨에 파리해진 손목

시간은 그물에 잡히지 않는다

정지를 명해야 한다 

모니터가 어두워진 후에야

소용돌이를 벗어난 짙은 고요  

기계음이 사라진 침묵을 듣는다

 

문득 밖에는 풀벌레들의 열창

어제의 빛을 길어올리는 달이 듣는다

창호지 안에 바른 꽃잎처럼

시들지 않는 은은한

한밤의 속에서 사랑을 검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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