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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양숙
엔진을 달고 불어오는 바람이
회오리치는 문자의 파도를 실어온다
흑백의 해일은 방파제를 넘어오는데
이제 맨 앞에 나선 자는
흰 포말을 뿌리며 의기양양하다
그 뒤를 따르는 무리들도 끝없이
어깨를 들이미는데
온 몸으로 읽어내도 역부족이다
줄지은 목록이 숨가뻐서
시간의 수렁은 깊어만 가는데
파도 속을 헤쳐 다니다가
그물에 잡힌 것은 붉어진 눈
굳어진 어깨에 파리해진 손목
시간은 그물에 잡히지 않는다
정지를 명해야 한다
모니터가 어두워진 후에야
소용돌이를 벗어난 짙은 고요
기계음이 사라진 후 침묵을 듣는다
문득 창 밖에는 풀벌레들의 열창
어제의 빛을 길어올리는 달이 듣는다
창호지 안에 바른 꽃잎처럼
시들지 않는 은은한 빛
한밤의 풀 속에서 사랑을 검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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