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기의 詩모음

이끼 낀 돌 / 김정기

서 량 2022. 12. 23. 19:13

 

이끼 낀 돌

 

                    김정기 

 

속 깊이 자라고 있는 멍 자국을 만져가며

푸른 것은 푸른 것끼리 덧나서

이끼 입고 있는 돌은 외로움을 만들어

피라미들이 떼 지어 와도 요동치 않는

어금니 앙다물고 두 주먹 움켜쥐었구나.

 

구르는 돌은 이끼가 끼지 않는다고

굴러야 빛난다고.

 

여름 저녁 빛이 창으로 쳐들어올 때

아직도 홍조 띄우며 황홀해 하고

평생 한 가지만 붙잡고 웅크리고 앉아

반짝이지 못 하였다네.

온몸에 푸른 멍들고도 울지 못 하였다네.

 

© 김정기 2010.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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