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붕어의 탈바꿈*

서 량 2010. 9. 1. 20:36

 

붕어가 살결이 기름지고

혼령이 풍요하면

잉어로 탈바꿈한다 하셨지요

붕어 몸에 장난 삼아

알록달록한 페인트칠을 하면

옛날 서울 신신 백화점 분수대의

내 팔뚝만한 크기의 잉어가 된다 하셨지요

미끈거리는 피부의 자이언트 금붕어가

아가미를 펄떡거리는 호흡법에

    등골이 서늘해졌었지요

        힘이 들었지만 힘이 들었지만

        나도 신비한 물줄기를 등허리에 얹은 채

일초에도 몇 번이고 꼬리를 뒤틀었어요  

전신이 저절로 진동하는 파문 속에서

들리지 않는 말소리로

벙긋벙긋 입을 열었다 닫는

사납고 야들야들한 잉어가 돼버렸지요

 

© 서 량 2010.09.01

'' 카테고리의 다른 글

|詩| 새와 나  (0) 2010.09.21
|詩| 빵  (0) 2010.09.14
|詩| 살(殺)  (0) 2010.08.02
|詩| 시인은 태어난다,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0) 2010.07.27
|詩| 구름을 뛰어넘는 다람쥐  (0) 2010.07.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