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어가 살결이 기름지고
혼령이 풍요하면
잉어로 탈바꿈한다 하셨지요
붕어 몸에 장난 삼아
알록달록한 페인트칠을 하면
옛날 서울 신신 백화점 분수대의
내 팔뚝만한 크기의 잉어가 된다 하셨지요
미끈거리는 피부의 자이언트 금붕어가
아가미를 펄떡거리는 호흡법에
등골이 서늘해졌었지요
힘이 들었지만 힘이 들었지만
나도 신비한 물줄기를 등허리에 얹은 채
일초에도 몇 번이고 꼬리를 뒤틀었어요
전신이 저절로 진동하는 파문 속에서
들리지 않는 말소리로
벙긋벙긋 입을 열었다 닫는
사납고 야들야들한 잉어가 돼버렸지요
© 서 량 2010.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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