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리고 나서 출판사 늙은이는
열정이 넘치는 젊은이가 흐뭇하게 웃으며 미친 듯이
펜과 잉크와 압지를 갖으려 뛰어가는 것을 보았다
그러나 그 젊은이의 시집을 출판할 생각을 하자
늙은이의 표정은 엄격하고 슬프게 변했다…
--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쓴
루이스 캐롤 (Lewis Carroll: 1832-1898)의 시,
<시인은 만들어진다, 태어나는 것이 아니다>에서 --
*
장미가 장미로 개구리가
개구리로 태어나 듯
도살자는 도살자로 시인은 시인으로 태어난다고
오래 숨겨왔던 진실을 털어 놓을 때처럼
확실하게 말해 보라
화려한 시인이 되고 싶은 유혹을 끝내 이기지 못하고
새벽 두 시가 넘도록, 시혼(詩魂)의 등뼈가
네온사인처럼 푸르락 누르락 발광(發光)하도록
미친 듯이 시를 다듬질하는 자신을 향하여
© 서 량 2003.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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