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기의 글동네/시

무료한 하루 / 윤영지

서 량 2010. 8. 17. 10:22

 

무료한 하루

 

              윤영지

 

새벽녘 흩뿌리다

종일 내려앉은 하늘

뜨거운 물 한 잔에 인스탄트 커피가루

무료한 적막을 풀다 몇 모금, 텁텁해

싱크대에 쏟아붓고 아직도 늘어진 시간

옷장 속 오랜 잠 자고있는

비닐 씌워진 정장들을 깨워본다

하얀 수 놓인 곤색 투피스에, 하늘하늘

레이스 원피스, 원색 아플리케 박힌 투피스

이십 여 년 전 유행했던 두드러진 어깨뽕

옷을 안으로 뒤집어 속절없이 부풀어있던

허파의 바람을 바늘 끝으로 톡 찔러

날선 가위로 딱딱히 굳은 허세의 화석을

한−         한−  땀

곱씹으며 잘라낸다

별안간 우르렁거리는 천둥, 드센

바람 몰아치는 빗살에 열어놓은 창턱이

순식간에 질퍽하다

먼지 낀 창턱 훔쳐내며 하는 혼잣말

그래, 이렇게 닦아내는 거야.

이렇게  - -  후회없이, 남김없이!”

 

2010. 8.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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