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료한 하루
윤영지
새벽녘 흩뿌리다
종일 내려앉은 하늘
뜨거운 물 한 잔에 인스탄트 커피가루
무료한 적막을 풀다 몇 모금, 텁텁해
싱크대에 쏟아붓고 아직도 늘어진 시간
옷장 속 오랜 잠 자고있는
비닐 씌워진 정장들을 깨워본다
하얀 수 놓인 곤색 투피스에, 하늘하늘
레이스 원피스, 원색 아플리케 박힌 투피스
이십 여 년 전 유행했던 두드러진 어깨뽕
옷을 안으로 뒤집어 속절없이 부풀어있던
허파의 바람을 바늘 끝으로 톡 찔러
날선 가위로 딱딱히 굳은 허세의 화석을
한− 땀 한− 땀
곱씹으며 잘라낸다
별안간 우르렁거리는 천둥, 드센
바람 몰아치는 빗살에 열어놓은 창턱이
순식간에 질퍽하다
먼지 낀 창턱 훔쳐내며 하는 혼잣말
“그래, 이렇게 닦아내는 거야.
이렇게 박- 빡- 후회없이, 남김없이!”
2010. 8. 16.
'김정기의 글동네 >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지상명령 / 조성자 (0) | 2010.08.31 |
---|---|
개개비새 둥지의 뻐꾸기 / 최양숙 (0) | 2010.08.30 |
행성 이야기 6 / 송 진 (0) | 2010.08.15 |
문 밖에 누군가 서 있다 / 조성자 (0) | 2010.08.13 |
붉은 칸나* / 조성자 (0) | 2010.08.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