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기의 글동네/시

문 밖에 누군가 서 있다 / 조성자

서 량 2010. 8. 13. 01:46

 

문 밖에 누군가 서 있다

 

                      조성자


초인종이 울리고

문고리를 돌리려는 아주 잠깐이

아득하다

누구일까 

문 밖에 서서 벨을 누르는 그는


그리움의 행렬이 뒤꿈치를 끌며

사막의 낙타처럼 터벅터벅 지나가는 여름

하오의 쓸쓸함을 밟으며 나도 뒤따라갔네

태양은 빛의 파장 속으로 모든 것을 

가둬두려고 강렬했다네

사라진

사라질 것들을 부여잡고 인사는 참으로 길었다네 

영영 길이 엇갈린 사람들은 뒤돌아보지 않았다네

길가의 패랭이들은 만장을 휘두르며 

조용히 부활의 강을 건너고 있었다네


문 밖에 누군가 서 있다

불에 탄 목각인형처럼 건드리면 재로 변할지도 몰라

나는 그를 그대로 세워두기로 했다

그리움이란 곁에 두고

앓는 병이다

'김정기의 글동네 > ' 카테고리의 다른 글

무료한 하루 / 윤영지  (0) 2010.08.17
행성 이야기 6 / 송 진  (0) 2010.08.15
붉은 칸나* / 조성자  (0) 2010.08.10
기차길 옆 옥수수 밭 / 조성자  (0) 2010.08.10
젖은 아침 / 전애자  (0) 2010.08.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