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기의 글동네/시

행성 이야기 6 / 송 진

서 량 2010. 8. 15. 05:17

 

행성 이야기 6

 

                    송 진

 

한 때는 하늘의 별과 땅의 별이

한 통속이었다지

 

하늘의 별은, 땅의 별들이 심한 갈증으로

모래알을 토해내자

생명수가 터졌다는 곳으로 인도하기도 하고,

안티고네*가 굶주린 새들의 먹이감으로 버려진

오라비의 시신을 땅 속에 수습하는 밤엔

더 많은 은하수를 그곳으로 흘려보냈다며

 

땅의 별은, 하늘의 별을 따다가

두목의 징표로 쓰기도 하고,

땅에 묻기에 너무 큰 슬픔일랑은

하늘 별들의 납골당에 위탁해 두었다가

언어가 전하지 못하는 소리 없는 비명으로

되새김질하곤 하였다지

 

언제부터인가 땅의 별들은

하늘 별들을 삼켜버리기 시작하였다지

호기심은 욕망을 낳고 욕망은 사망을 낳고

견우와 직녀를 연결하던 오작교는 용도폐기되어 무너져내리다

쓰나미도 되고 황사도 되고 조지 부쉬도 되었다며

 

땅의 별들은 사라진 하늘의 별들이 그리워

우주선을 타고 찾아나서기도 하고,

허블이란 망원경도 만들어 꼭 꼭 숨어버린 그들을

먼 발치에서라도 훔쳐보려고 안간힘이라는데

 

하늘 별들도 땅의 별들을 그리워하고 있을까?

 

* 소포클레스의 비극 안티고네의 주인공

 

<시작 메모>: 플라톤에 따르면 인간은 신이 될 수 있습니다. 인간은 원래 신이었기 때문입니다. 인간은 본래 완전한 지혜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육체라는 영혼의 감옥에 갇힌 인간은 망각의 강을 건너오면서 그 지혜를 잊어버렸다고 합니다. 또한 스티븐 굴드는 Full House라는 책에서 이렇게 쓰고 있습니다. “인간의 신체나 뇌가 지난 10만년 동안 조금이라도 변했다는 증거를 발견하지 못하고 있다. 이것은 성공적으로 번성한 종이 보여주는 전형적인 정지상태다. 15만년 전에 우리 자신인 크로마뇽인이 그린 알타미라 동굴벽화의 경이로운 아름다움과 호하로움을 보면 피카소가 결코 그와 똑같은 뇌를 가졌던 조상들보다 지적 섬세함에서 더 우월하지 않았음을 피부로 느낄 수 있습니다.” 송아지는 태어나자마자 걸을 수 있지만 진화를 멈춘 인간은 목도 가누지 못하면서 뇌용량을 키우고, 도구를 만들고, 손에 의한 노동을 통해 다른 동물들보다 진보해 왔으나, 육체라는 영혼의 감옥에 갇혀 망각의 강 속에서 허우적 거리며 자기에게 두려움을 불러 일으키는 자보다 사랑을 베푸는 자를 해칠 때 덜 주저하게 된 지경에까지 이른 데 대하여 연민의 정을 느끼기도 합니다.